홍경민의 가슴 먹먹한 고백 마왕 신해철을 향한 진정한 추모
가끔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합니다. 특히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고 우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쳤던 사람들의 빈자리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메워지지 않는 법이죠. 마왕 신해철 님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고,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음악과 정신은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최근 가수 홍경민 님이 고 신해철 님의 묘소를 찾아 전한 진심 어린 추모의 글은, 비단 홍경민 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리움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의 글을 읽는 내내 제 마음 한구석도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 마왕 신해철 그리고 영원한 그리움

신해철 님은 단순한 뮤지션을 넘어선 존재였습니다. 1988년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로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부터, 그는 기존 음악계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넥스트로 이어지는 그의 음악 여정은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날아라 병아리', '일상으로의 초대' 등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켰고, 이 곡들은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청춘과 사유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로 사회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시대를 앞서갔고, 우리에게 '다르게 생각하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는 진정한 예술가이자,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습니다.
홍경민 님은 그런 신해철 님의 노래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이 불렀다고 고백합니다. 그저 선배의 곡을 커버하는 것을 넘어, '그 노래가 잊히면 내 소년 시절에 파랗던 꿈도 같이 잊히는 기분'이라고 표현한 대목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어릴 적 꿈 많던 시절, 어떤 음악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우리의 이상을 대변합니다. 신해철 님의 음악이 홍경민 님에게 바로 그런 존재였을 것입니다. 파랗던 꿈, 그 얼마나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의 색깔인가요. 그 꿈이 잊히는 것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그의 노래를 불렀다는 홍경민 님의 말에서, 선배를 향한 깊은 존경심과 함께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숭고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음악을 통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연결하고, 또 사랑하는 선배를 기억하는 방식. 그 어떤 추모보다 진정성 있고 아름다운 연결고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못다 한 약속과 진심 어린 사과

홍경민 님의 글 속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신해철 님과의 약속과,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슬픈 현실에 대한 고백이었습니다. "떼돈 버는 엄청난 스케줄 생기지 않는 한 결혼식 때 무조건 와주겠다고 했던 말…결국 하늘나라 가는 엄청난 스케줄 생겨서 못 오셨지만, 그 말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이 늘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는 구절은 저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정겹고 인간적인 약속이었을까요. 어쩌면 그저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홍경민 님에게는 진심으로 가슴에 새겨진 약속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하늘나라 가는 엄청난 스케줄" 때문에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는 표현은, 삶과 죽음의 간극, 그리고 예정되지 않은 이별의 잔인함을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약속 자체에 대해 늘 진심으로 고마워했다는 그의 말에서, 고인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과 존경심이 오롯이 전해져 왔습니다. 삶이 덧없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더불어 홍경민 님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이제야 고백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지 못했을 때의 마음은 평생의 응어리로 남기 마련입니다. 홍경민 님도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미안함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을 것입니다. 이제 와서야 할 수 있는 이 고백은 그가 얼마나 신해철 님을 아끼고 소중히 여겼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묘소에 직접 준비한 책자와 편지를 올려둔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스스로 약속한 날짜 지켰습니다. 아무도 읽을 수 없게 글씨는 흰색으로 인쇄해서 제본했으니, 혼자만 보십시오"라는 말은, 마치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엿듣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책자 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요. 어떤 회한과 그리움, 그리고 어쩌면 못다 한 꿈들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신해철 님만이 읽을 수 있게 흰색 글씨로 인쇄했다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 존재했던 깊은 유대감과 존중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아마 그 책은 홍경민 님이 신해철 님에게 보내는 가장 은밀하고도 가장 진심 어린 편지일 것입니다. "제가 좀 더 능력이 좋은 후배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만들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말에서는, 선배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듯한 겸손함이 묻어납니다. 이는 어쩌면 모든 후배 예술가들이 위대한 선배를 기리며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 음악으로 이어지는 영원한 헌정
오는 27일은 신해철 님의 11주기입니다. 슬픔과 아쉬움만 남을 것 같은 이 날을, 많은 동료 뮤지션과 팬들은 그를 기리는 음악으로 채워 넣을 예정입니다. '고스트 스테이지(GHOST STAGE)'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헌정 공연은 그 이름만큼이나 신해철 님의 음악적 영혼을 다시금 불러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홍경민 님을 비롯해 김경호, 김종서, 부활 등 한국 록 음악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음악적 유산을 기린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의 음악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 주었는지, 그리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살아 숨 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참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그가 남긴 음악은 영원히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억을 소환합니다. 신해철 님의 음악이 바로 그러합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우리는 그때 그 시절의 우리를 만나고, 마왕이 던지던 날카로운 메시지에 다시 한번 귀 기울이게 됩니다. 11년이 지났지만, 그의 음악은 결코 잊히지 않고 새로운 세대에게도 계속해서 발견되고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예술가의 삶이며, 그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일 것입니다. 홍경민 님의 추모 글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신해철 님의 음악과 정신을 되새기고, 그가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가치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행복한 꿈 꾸면서 영면하십시오. 내 어린 시절에 좋은 음악 남겨줘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