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에 또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들의 급락세는 이제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번 하락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선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대량으로 보유하며 기업 가치를 키워왔던 이른바 ‘디지털 자산 비축(DAT) 기업’들의 위기론이 고개를 들면서, 시장 전반에 드리워진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근본적인 취약성과 그 미래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디지털 자산 비축 기업의 위기 핵심은 무엇인가

스트래티지(Strategy, 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라는 이름이 익숙하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 회사는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세일러의 주도로 비트코인을 기업의 주요 자산으로 비축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펼치며 한때 엄청난 프리미엄을 누렸습니다.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기 어려웠던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간접 투자 통로였죠. 덕분에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지난 7월 약 1,280억 달러로 정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스트래티지의 주가가 전 고점 대비 26% 급락하며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208.54달러를 기록했고, 더 심각하게는 시가총액을 비트코인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인 mNAV(Market Value to Net Asset Value)가 1 아래인 0.941로 무너졌다는 소식은 이들의 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mNAV가 1 미만이라는 것은 스트래티지 주식을 사는 것보다 비트코인을 직접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 대비 주식에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기에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무이자 자금을 조달하며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을 넘어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니, 새로운 자금 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에서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근본적인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봅니다. 단순히 코인 가격이 오를 때까지만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금을 계속 조달하며 몸집을 불려야 하는 구조였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같은 억만장자 투자자들도 가상화폐 비축 전략을 택한 기업들에 투자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이미 다른 DAT 기업들에서는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스트래티지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 비트코인 비축 기업인 일본의 메타플래닛은 지난달 mNAV가 1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80% 가까이 폭락했고, 심지어 보유 비트코인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궁여지책까지 내놨다고 합니다. 이더리움을 대량 보유한 이더질라는 무려 4천만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을 매각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부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런 기업들이 과연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타이거리서치 윤승식 센터장님의 말씀처럼, 90% 이상의 DAT 기업들이 장기 생존이 어렵고 대표적인 기업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에 저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들은 자칫 가상자산 시장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 거시 경제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상화폐 시장

가상자산 시장의 하락세는 비단 DAT 기업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거시 경제 상황이 던지는 그림자 또한 매우 짙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6개월 만에 9만5천 달러 아래로 급락하며 10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는 소식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14일 한때 9만6841.60달러까지 내렸고, 다음날 한국시간 오전 9시에는 9만4843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등 다른 주요 코인들 역시 일제히 3~5%대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러한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가 꼽힙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의 발언처럼,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한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기류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모넥스USA의 후안 페레스 매매 책임자가 지적했듯, 비트코인과 가상화폐는 주식시장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즉, 전반적인 위험 감수 심리가 사라지면 가상자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여기에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에 맞선 대중국 추가 관세 발표가 투매를 촉발하고, 사상 최장기 미 정부 셧다운,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다양한 거시 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가상화폐 가격을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흐름은 가상자산이 단순히 '디지털 금'이라는 피난처 역할을 넘어, 이제는 주류 금융 시장의 흐름과 긴밀하게 연동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변동성이 크더라도 나름의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같은 거시 경제적 요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 된 것입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이 더 이상 '대안 시장'이 아닌 '주류 시장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봅니다.
#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와 스트래티지의 딜레마

결국 지금의 가상자산 시장은 DAT 기업들의 내재적 문제와 거시 경제적 외부 충격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스트래티지 공동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 CEO는 여전히 소셜미디어에 "비트코인이 할인 중"이라고 낙관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시장은 그의 낙관론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정점 대비 거의 반토막 났고,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MSTU)는 50%나 폭락했습니다. 이 정도면 할인의 수준을 넘어선 '폭락'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스펙트라 마켓의 브렌트 도널리 사장이 "내게는 (가상화폐 비축의) 개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1달러 지폐를 2달러에 사는 것"이라며 "그 프리미엄은 결국 찌부러진다"고 말했던 것처럼, DAT 기업의 주가가 보유 자산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지속 불가능했다는 지적이죠. 이들의 초기 역할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간접 투자의 길을 열어준 것이었지만, 최근 2년 새 등장한 가상화폐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똑같은 역할을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DAT 기업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굳이 레버리지를 이용한 비축 기업을 통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앞으로 DAT 기업들이 주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보유 자산을 매도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가상자산 시장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당장은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일부 회사들이 저가 매수나 경쟁사 인수합병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자금 조달 난항과 더불어 보유 코인 매도라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제 가상자산 시장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던 시대를 넘어, 훨씬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기업 생존 전략과 거시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비트코인 가격 10만 달러 붕괴는 단지 숫자의 하락이 아니라, 가상자산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경고음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듭니다. 이번 겨울을 과연 몇 개의 '진정한' 디지털 자산 기업만이 살아남아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상자산 시장이 진짜 '성장통'을 겪는 시기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