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정말 말이 안 나옵니다. 또 졌습니다. 그것도 우리 에이스 폰세가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는데도 말이죠.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SSG 랜더스와의 연장 11회 혈투 끝에 0-1 패배라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이로써 한화 이글스는 충격적인 6연패 수렁에 빠졌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폰세 선수가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저는 왠지 모를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는데도 팀의 연패를 끊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사실 이 경기 전까지 한화 팬들은 내심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비록 5연패 중이었지만, 리그 최고의 에이스인 코디 폰세가 선발 등판했으니까요. 심지어 상대 선발은 올 시즌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최민준 투수였습니다. ‘그래, 오늘만큼은 연패를 끊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거야!’라는 희망이 전국 독수리 팬들의 마음을 가득 채웠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오랜만에 야구장 직관을 가거나 TV 앞에서 응원할 생각에 들떠 있었죠.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폰세가 마운드에서 그야말로 ‘쇼’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한화 타선은 그 쇼를 망치는 역대급 무기력함을 보여주며 팬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이쯤 되면 ‘폰세가 불쌍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가 아무리 혼신의 힘을 다해 던져도 점수를 뽑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아야 했습니다.
# 에이스의 눈물, 폰세의 압도적 투구에도 승리는 오지 않았다
지난 2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의 마운드에 오른 코디 폰세 선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투구를 선보였습니다. 장염 증세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고 10일 만에 등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구위는 전혀 녹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날카로워진 느낌이랄까요? 폰세는 이날 SSG 랜더스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단 3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만을 허용했고, 무려 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역투를 펼쳤습니다. 그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6km를 기록했고, 스트라이크 비율은 72.9%에 달했습니다. 이 정도면 명실상부한 리그 최강 에이스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경기의 시작부터 폰세는 위력적이었습니다. 1회 초 선두타자 박성한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안타를 하나 맞았지만, 곧바로 최정과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아냈습니다. 2회에도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삼진과 범타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노련함을 보여줬고요. 특히 3회에는 이날 경기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며 SSG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기 시작했습니다. 4회와 7회에는 모두 삼진을 포함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입증했습니다. 위기관리 능력도 빛났습니다. 6회 선두타자 박성한에게 볼넷을 내주고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에 몰렸지만, 최정을 삼진으로, 에레디아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운드 위에서의 표정은 늘 그렇듯 침착했지만, 폰세의 어깨에 모든 무게가 실려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폰세는 올 시즌 24경기(152⅔이닝)에 등판해 15승 무패, 평균자책점 1.53을 기록하며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탈삼진 부문에서 모두 리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날 9개의 탈삼진을 추가하며 시즌 탈삼진 개수를 211개로 늘렸고, 이는 1991년 선동열(해태)과 2012년 류현진(한화)의 210탈삼진 기록을 넘어 역대 단일 시즌 탈삼진 단독 8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입니다. 그는 이미 전설적인 투수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으며, 7위 1986년 선동열(214개)과 6위 2001년 페르난도 에르난데스(215개)의 기록도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압도적인 에이스가 등판했는데도 팀이 연패를 끊지 못했다는 사실은, 폰세 선수 본인에게도 엄청난 정신적 타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이길 수 없다면, 대체 무엇을 더 해야 한단 말입니까? 폰세의 완벽한 투구는 그저 그의 개인 기록을 빛내줄 뿐, 팀의 승리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역투가 너무나도 안타깝고 애처롭게 느껴졌습니다.
# 끝없는 타선 침묵, 득점권 기회는 왜 자꾸 사라지나
폰세의 눈부신 호투 뒤에 가려진 우리 팀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타선 침묵’입니다. 이날 경기에서 한화 타선은 연장 11회까지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며 팀의 0-1 패배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총 안타는 6개로 SSG(7개)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뜨려줄 클러치 능력이 극도로 부족했습니다. 이게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반복적인 패턴이라 더욱 답답합니다.
특히 상대 선발투수가 시즌 초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있었고, 올 시즌 5이닝 이상 던진 적이 없었던 최민준 투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기가 막힙니다. 물론 최민준 투수도 이날 5.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인생 투구'를 했다고 하지만, 한화 타자들이 그를 상대로도 득점 하나 뽑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팬들은 '한화만 만나면 없던 에이스도 생긴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질 정도가 됐습니다. 우리는 득점권 기회를 번번이 잔루로 만들며 무기력하게 물러났습니다.
몇 가지 뼈아픈 장면들을 되짚어보겠습니다. 3회 초 최재훈 선수의 안타와 희생번트, 희생플라이로 2사 3루의 절호의 득점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딱 한 방이면 선취점을 뽑을 수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다음 타자 손아섭 선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기회는 허무하게 날아갔습니다. 득점권에서 왜 자꾸 이렇게 맥없이 물러나는 걸까요?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 속에서 기대를 했다가 실망으로 돌아오는 이 반복적인 과정이 한화 팬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6회 초에는 2사 1, 3루의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문현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젊은 선수가 한 방을 터뜨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아쉽게도 또다시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며 이닝이 종료되었습니다. 이 두 번의 기회에서 단 한 점이라도 뽑아냈다면 경기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폰세 선수가 0의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 타자들은 그에게 단 한 점의 지원조차 해주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좋은 투구를 했다고 해도, 프로 타자라면 이런 중요한 기회에서는 어떻게든 한 점을 짜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 정도면 단순히 타격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득점권에서의 집중력과 해결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연패가 길어질수록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담감도 커져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팬들도 이 답답한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막막한 심정입니다.
# 연패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독수리들, 다음은 황준서의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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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세의 역투에도 불구하고 6연패에 빠진 한화 이글스는 이제 정말 위기 상황입니다. 0-1로 끌려가던 경기를 연장 11회까지 끌고 가면서 불펜 자원을 상당히 소진했습니다. 연장 혈투 끝에 불펜 투수 김종수 선수가 2사 2루에서 에레디아 선수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패배를 확정 지었을 때, 많은 팬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경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라, 팀 분위기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뼈아픈 패배로 남게 될 것입니다.
더욱 큰 걱정은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입니다. 23일 SSG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의 선발 투수로는 약관의 황준서 선수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황준서 선수는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1승 6패, 평균자책점 5.45를 기록 중이며, 현재 개인적으로도 4연패 중입니다. 심지어 지난 17일 NC전에서는 1.2이닝 7실점 5자책점으로 무너지는 등 최근 투구 내용도 좋지 않습니다. 반면 SSG는 다음 경기 선발로 미치 화이트 선수를 출격시킬 예정입니다. 이날 폰세-최민준의 선발 매치업과는 정반대로, 다음 경기는 선발 매치업만 놓고 보면 SSG 쪽으로 기우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 황준서 선수가 팀의 연패 탈출 선봉에 서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가혹하게 느껴집니다. 어린 선수에게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솔직히 어린 선수에게 이런 부담을 지우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지금 한화의 현실인걸요. 황준서 선수가 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 호투를 펼쳐야만, 한화 이글스도 이 길고 지루한 연패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황준서 선수마저 무너진다면, 한화의 연패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팬으로서 그의 어깨가 무겁지 않기를, 그리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기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이스 폰세의 복귀는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뼈아픈 현실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개인의 호투를 넘어, 팀 전체가 하나 되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타선은 정신을 차리고 클러치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며, 불펜은 소진된 체력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오랜 시간 참고 기다려왔습니다. 이제는 지친 팬들에게 시원한 승리 한 번 안겨줄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독수리들이 연패의 늪에서 벗어나 힘찬 날갯짓을 다시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다음 경기에서는, 황준서 선수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용기를 내어 팬들의 염원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